슈링크플레이션(Shrinkflation)의 시대-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84)

 

미국도 식품 원료 가격 폭등 포장 단위 줄여
예측 불허 글로벌 리스크로 식량 부족 장기화
합리적 설명 통해 소비자 저항 줄이기 과제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최근 미국에서는 팬데믹 여파에 우크라이나 전쟁, 인력난, 물류 대란 등으로 식품의 원료가격이 폭등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가공식품의 포장단위가 줄어들고 있으며 식당에서 제공하는 크기가 줄어드는 슈링크플레이션(줄어들다는 뜻의 Shrink와 인플레이션(Inflation)의 합성어)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미국에 처음 이민 와서 놀라는 것은 미국 사람들의 먹는 양이다. 식당에서 1인분 양이 한국의 1.5배에서 2분은 족히 된다. 이민 생활을 하다 또 한 번 놀라는 것은 그 많은 1인분 양을 다 먹게 된다는 것이다. 필자가 가끔 한국 출장을 가면 식당에서 주는 밥공기 크기에 놀란다. 아기들 밥그릇 같은 곳에다 주는 터라 한 공기만 먹으면 뭔가 허전한 느낌이다.

미국은 식재료가 싸기로 유명하다. 넘쳐나는 고기와 싼 과일 가격, 과자, 음료수 모두 대용량을 먹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비만으로 고생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러나 이제는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변화 등으로 원재료가 폭등하면서 제품의 가격을 올리는 데에 한계를 느낀 식품 제조사나 식당들이 크기를 줄이는 현상을 낳고 있다. 음식 인심이 후하기로 소문난 미국이지만 이제는 그것도 옛날얘기다.

생활필수품인 우유도 가격이 폭등한 가운데 미국 가정에서 흔히 먹는 1갤런(3.8ℓ)짜리 우유가 식료품점에서 사라지고 작은 패키징 사이즈가 판매되기 시작했다. 우유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를 위해 작은 크기로 나눠 판매하는 전략이다. 한국 제품들은 코로나19 이전에도 패키징 사이즈는 놔두고 중량을 줄이는 전략을 취해서 간혹 소비자들의 불만을 산 경우가 많지만, 이제는 슈링크플레이션이 트렌드가 되는 듯하다.

일본 사람들이 적게 먹는다는 사실을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물가가 비싸 조금만 먹는다는 설도 이제는 설득력 있는 얘기인 듯하다. 최근 30년 동안 세계화로 인해 식량이 풍족해져 각국 분업화 현상은 더욱 가속화되었다. 이제는 끝날 듯 끝나지 않는 팬데믹, 우크라이나 전쟁의 장기화, 기후 변화 그리고 또 어디서 튀어나올지 모르는 글로벌 리스크가 식량부족의 시간을 장기화할 것으로 보인다.

그나마 식품은 사람들이 먹고살아야 하는 필수 사업군이라 다른 산업군보다 경기를 덜 탄다. 하지만 이제는 식품군에서도 필수 아이템이냐 기호품이냐에 따라 받는 영향이 달라질 것이다. 식품군 외에도 소비재 제품들의 크기도 줄어드는 현상이 있다. 예를 들어 세제들도 저용량으로 많이 나오고 있다.

기업들이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쓸 때 가장 중요한 것은 소비자의 저항을 줄이는 것이다. 혹시 소비자들이 알더라도 합리적인 이유로 설명하는 것이 좋다. 한국의 ‘질소 과자’ 논란 당시 기업들이 '내용물이 부서지지 않도록 보호하기 위해서'라는 해명을 했을 때 꼼수라는 지탄을 받기도 했다. 미국이야 큰 사이즈 제품들이 많아서 내용을 줄일 수 있는 여지가 많지만, 한국 제품들은 이미 패키징 사이즈가 작아서 슈링크플레이션 전략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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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식품음료신문(http://www.think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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