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톡데일 패러독스-제이 리(Jay Lee)의 미국 통신(87)

 

변화무쌍한 경영 환경서 ‘재즈 리더십’ 필요
빨리 시행착오 겪고 학습 조직 능력 갖춰야
업의 본질 되새겨 비즈니스 모델 창출할 때

 

△이종찬 J&B Food Consulting 대표


팬데믹이 3년차에 접어들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인플레이션, 이상 기후 등으로 퍼펙트 스톰 환경이 경제를 어렵게 하고 있으며 희망을 찾을 만하면 다시 불안의 구름을 맞게 되는 돌림 노래 같은 느낌이다. 필자는 이미 팬데믹이 발생했을 때 오래 갈 것으로 예측하며 책을 쓰기도 했다. 이제는 희망을 품으며 살되 그렇다고 너무 낙관론으로 사는 것도 해롭다고 생각한다.

이럴 때 우리는 ‘스톡데일 패러독스(Stockdale Paradox)’를 생각해 봐야 한다. 베트남전 당시 미 해군 중령이었던 제임스 스톡데일은 포로가 됐다. 포로들은 수용소에서 고된 생활을 겪어야만 했다. 그런데 이들을 가장 힘들게 한 것은 가혹한 폭행이나 고문이 아니었다. 곧 석방될 것이란 희망이 사라질 때마다 포로들은 빠르게 쇠약해졌고 무너져 내렸다. 처음에 포로들은 크리스마스면 미국과 베트남 간의 포로협상이 이뤄져 석방될 것으로 기대했으나 소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리고 부활절, 추수감사절을 기다렸으나 협상은 계속 결렬됐다. 그렇게 협상이 실패할 때마다 포로들은 큰 상실감에 빠졌고 병에 걸리거나 죽는 경우가 점점 늘어났다.

하지만 스톡데일은 달랐다. 석방되리란 믿음은 있었지만 쉽게 풀려나지는 않을 것이라는 생각도 놓지 않았다. 미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았으나 근거 없는 희망에 의지하지 않았다. 눈앞에 닥친 현실의 어려움을 인정하면서도 삶을 긍정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8년을 버틴 후에야 그는 수용소에서 풀려났고, 고국으로 돌아와 해군대학 학장을 지내고 중장으로 퇴역하였다.

미국의 ‘Good to Great’ 책으로 유명한 짐 콜린스 교수는 스톡데일의 이러한 경험을 ‘스톡데일 패러독스’라 부르면서 막연한 낙관론이 비관적 상황을 극복하는 데 오히려 장애가 된다는 역설을 설파했다. 미래에 대한 믿음은 갖되, 현실은 더욱더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대처하는 ‘냉철한 현실주의자’의 태도가 위기 극복에 더 좋은 해법임을 시사한 것이다.

코로나19 초기에 ‘여름 되면 코로나 없어진다’로 시작해서 ‘백신 나오면 끝난다’ ‘3차 유행’이면 끝난다는 얘기로 희망을 가졌지만 되려 희망이 사라져 가면서 지쳐가고 있다. ‘죽음의 수용소에서’의 저자인 빅터 프랭클 박사는 유대인 수용소에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면서 희망을 버리지 않고 일상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했다. 매일 깨끗하게 면도와 세수를 하고 남을 돌보았다.

코로나19, 인플레이션, 우크라이나 전쟁, 기후 변화 등 퍼펙트 스톰의 환경을 맞은 기업들도 지금 이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을 선택해 최대한 버텨야 할 시기이다. 정형화된 환경에서 오케스트라 같은 경영 리더쉽이 필요하다면, 이제는 변화무쌍한 환경에서 재즈와 같이 즉흥 연주를 하는 ‘재즈 리더쉽’이 필요한 시기이다.

퍼펙트 스톰 상황에서 다시 한번 ‘우리의 업은 무엇인가?’ ‘우리의 비즈니스 모델은 무엇인가?’ 다시 성찰해야 할 시기이다. 산업 간의 경계가 없어지고 전통 산업은 점점 사라지는 시대이다. 많은 시행착오를 빨리 시행하고 빨리 실패해서 빠른 학습 능력을 갖춘 조직이 살아남을 시대이다.

코로나19 초기에 ‘금방 끝날 거야’라고 막연히 기다린 사람과 기업들은 벌써 3년이 지난 시간 동안 정체되어 도태됐고 이 기간 할 수 있는 최선의 것들을 찾은 사람과 기업들은 더욱 성장한 시기이다. 앞으로 퍼펙트 스톰 시대에는 더욱 격차가 벌어질 것이다.

Tag#스톡데일_패러독스#퍼펙트스톰#재즈리더십#시행착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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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식품음료신문(http://www.thinkfoo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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